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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화페

500원 동전 제작에 참여한 디자이너의 이야기

by 희귀화폐알아보기기 2025. 9. 15.

 

500원 동전은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주화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무심히 사용하는 이 작은 금속 한 장에도 디자이너의 고민과 예술적 감각이 녹아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1982년 첫 발행된 500원 동전의 제작 과정과, 그 속에서 활약한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500원 동전의 탄생 배경

1970년대 후반, 한국은 경제 발전과 더불어 현금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당시 유통되던 500원 지폐는 손상 속도가 빨라 교체 비용이 상당히 컸습니다. 이에 한국은행은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500원 동전 발행을 결정했습니다. 동전 디자인 작업은 한국조폐공사 소속의 디자이너와 조각가들이 맡아 진행되었습니다.

 

디자이너가 고민한 디자인 요소

화폐 디자이너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500원 동전은 액면가가 높은 만큼 위조 방지 기능대중 친화성을 동시에 갖추어야 했습니다. 따라서 디자이너들은 여러 가지 방향에서 고민을 이어갔습니다.

  • 상징성: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문양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
  • 가독성: 숫자 ‘500’과 한글 ‘오백원’을 누구나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
  • 심미성: 매일 보는 동전이므로 단순하지만 품격 있는 디자인이 필요하지 않을까?

 

‘학’ 문양의 탄생

 

디자이너들이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은 날아오르는 학이었습니다. 학은 오래전부터 한국에서 길상(吉祥)의 상징으로 여겨졌으며, 장수와 평화를 의미합니다. 특히 학이 양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오르는 모습은 경제 성장과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적합했습니다. 이 문양은 한국조폐공사 내 화폐 디자인팀과 조각가들의 협업을 통해 완성되었습니다.

숫자와 글씨체에 담긴 의도

 

동전 앞면에 크게 자리한 숫자 ‘500’은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굵고 단순한 형태로 디자인되었습니다. 그 아래 새겨진 한글 ‘오백원’은 명조체 계열의 단정한 글씨체로, 국민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디자이너들은 한글의 가독성과 품격을 동시에 살리는 데 큰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디자이너와 조각가의 협업

화폐 디자인은 단순한 그래픽 작업이 아니라, 실제 금속 위에 새겨질 때의 질감과 입체감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그래픽 디자이너가 기본 디자인을 완성하면, 조폐공사의 조각가가 이를 미세한 각인으로 구현합니다. 500원 동전 역시 이러한 과정을 거쳐 학의 깃털, 글씨체의 획, 테두리의 홈까지 정교하게 표현되었습니다.

디자인 이후의 보완과 변화

1990년대 일본 500엔 동전과 혼동되는 위조 사건 이후, 500원 동전의 합금 성분과 세부 규격이 일부 조정되었습니다. 그러나 기본 디자인, 즉 학과 숫자, ‘오백원’ 표기는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이는 초기 디자이너들이 만든 디자인이 이미 국민들에게 강한 정체성과 신뢰를 부여했음을 보여줍니다.

맺음말

오늘날 500원 동전은 단순한 거래 수단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상징적 화폐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속에는 이름 없이 묵묵히 작업에 참여한 디자이너와 조각가들의 노력이 담겨 있습니다. 학 문양의 힘찬 날갯짓, 선명한 숫자와 한글 표기 모두가 우리 일상 속에서 화폐가 가져야 할 기능과 미적 가치를 동시에 보여줍니다. 작은 동전 하나에도 이렇게 깊은 이야기와 철학이 숨어 있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